성전에서

제 174 편

화요일 아침 성전에서

이 화요일 아침 7시쯤에, 예수는 사도들, 여인단, 그리고 스무 명 남짓한 다른 특출한 제자들을 시몬의 집에서 만났다. 이 모임에서 주는 나사로에게 작별을 알렸으며, 그에게 준 지시는 나사로로 하여금 페레아의 필라델피아로 대번에 피신하게 만들었고, 거기서 그는 나중에 그 도시에 본부를 가진 선교 운동과 연결되었다. 예수는 또한 나이 든 시몬에게 작별하고 여인단에게 떠나는 충고의 말씀을 주었고, 다시는 공식으로 그들에게 말씀하지 않았다.

이 날 아침에 그는 열두 사도 각자에게 친히 인사했다. 안드레에게 말했다: “바로 앞에 다가오는 사건들에 절망하지 말라. 너희 형제들을 꼭 붙들고, 네가 낙심하는 것을 저희가 보지 않도록 처리하여라.” 베드로에게 그는 말했다: “육체의 무기나 철로 만든 무기(武器)를 신뢰하지 말라. 네 몸을 영원한 바위의 영적 기초 위에 세우라.” 야고보에게 말했다: “겉에서 보이는 모습 때문에 비틀거리지 말라. 너의 믿음을 굳게 지키라. 그리하면 네가 믿는 것의 실체를 곧 알게 될지니라.” 요한에게 말했다: “부드러운 태도를 가져라. 네 적들조차 사랑하고, 너그럽게 되어라. 그리고 내가 너에게 많은 일을 맡겼음을 기억하라.” 나다니엘에게 말했다: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말고, 모든 것이 사라지는 듯이 보일 때 너의 믿음을 굳게 지키라. 하늘나라의 대사(大使)로서 네 직책에 충실하라.” 빌립에게 말했다: “이제 다가오는 사건들에 마음이 흔들리지 말라. 네가 길을 볼 수 없을 때에도, 동요(動搖)하지 말라. 성스럽게 바친 네 서약에 충성하라.” 마태에게 말했다: “너를 하늘나라로 받아들인 자비를 잊지 말라. 아무도 너의 영원한 보상을 속여서 빼앗지 못하게 하라. 필사 성품의 성향을 네가 견딘 것 같이, 기꺼이 버티라.” 토마스에게 말했다: “아무리 어려울지언정, 바로 지금, 보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네가 걸어야 하느니라. 내가 시작한 일을 내가 마칠 수 있고, 궁극에는 저 건너 나라에서 내가 충실한 대사들을 모두 볼 것을 의심하지 말라.” 알패오 쌍둥이에게 말했다: “너희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기가 꺾이지 말라. 가슴 속의 애정에 충실하고, 너희는 위대한 사람들, 또는 민중의 변하는 태도를 신뢰하지 말라. 너희 형제들을 지원하라.” 그리고 열심당원 시몬에게 말했다: “시몬아, 너는 실망에 짓밟힐지 모르지만, 너의 영은 너에게 닥칠 모든 것을 이겨 내리라. 네가 나에게 배우지 못한 것을 내 영이 가르치리라. 영의 참다운 실체들을 추구하고, 비현실이고 물질적인 그림자에 이제 더 유혹받지 말라.” 그리고 가룟 유다에게 말했다: “유다야, 내가 너를 사랑했고, 네가 형제들을 사랑하도록 내가 기도하였노라. 일을 잘 처리하는 데 지치지 말라. 내가 너에게 경고하고자 하니, 아첨의 미끄러운 길과 비웃는 독화살을 조심하라.”

이 인사를 마치고 나서, 그는 안드레·베드로·야고보·요한과 함께 예루살렘을 향하여 떠났다. 그 동안에 다른 사도들이 겟세마네 캠프를 세우는 일에 착수했고, 거기로 그들은 그 날 밤에 가기로 되었는데, 거기서 육체를 입은 주의 여생(餘生) 동

안 본부를 만들었다. 올리브 산의 비탈을 반쯤 내려가서, 예수는 멈추어서 네 사도와 함께 한 시간이 넘도록 이야기했다.

1. 신의 용서

며칠 동안 베드로와 야고보는 죄의 용서(容恕)에 관한 주의 가르침에 대하여 그들의 견해 차이를 논하는 데 들어갔다. 그들은 그 문제를 예수 앞에 펼쳐 놓기로 하였고, 베드로는 주의 조언을 확보하는 적당한 기회로 이 때를 붙잡았다. 따라서 시몬 베드로는 찬송과 예배의 차이를 다루는 대화에 뛰어들어 물었다: “주여, 야고보와 나는 죄의 용서에 상관 있는 당신의 가르침에 대하여 의견이 같지 않나이다. 우리가 구하기도 전에 아버지가 우리를 용서하신다 당신이 가르친다고 야고보가 주장하며, 나는 뉘우침과 고백이 용서에 앞서야 한다고 주장하나이다. 우리 가운데 누가 옳으니이까? 당신은 무어라 말씀하시나이까?”

잠깐 침묵이 흐른 뒤에, 예수는 네 사람 모두를 의미 있게 바라보고 대답했다: “형제들아, 너희의 의견이 잘못되었으니, 이는 피조물과 창조자 사이에, 사람과 하나님 사이에 가깝고 사랑하는 관계의 성질을 너희가 헤아리지 못하는 까닭이라. 지혜로운 부모가 미숙하고 때때로 잘못하는 아이에 대하여 품는 헤아리는 동정심을 너희가 깨닫지 못하느니라. 총명하고 애정이 있는 부모가 언제라도 보통이고 정상인 아이를 용서하라고 부탁을 받는가 정말로 의심스러우니라. 사랑의 태도와 연결된 이해하는 관계는 어떤 서먹함도 실질적으로 막고, 서먹한 관계는 나중에 아이의 뉘우침을 부모의 용서와 다시 조정하는 것을 필요하게 만드느니라.

“어떤 아버지라도 그의 일부가 아이 속에 살며, 부모-자식 사이에 관련된 모든 문제에서, 아버지는 우선권과 우수한 이해력을 가지느니라. 부모는 좀더 진보된 어버이의 성숙함, 나이 든 편의 노련한 경험에 비추어 아이의 미숙함을 볼 수 있느니라. 땅에 있는 아이와 하늘 아버지의 경우에, 신성한 어버이는 무한하고 신다운 동정심, 그리고 사랑으로 헤아리는 능력을 소유하시니라. 신의 용서하심은 불가피하고, 하나님의 무한한 이해 속에서, 또 아이의 그릇된 판단과 잘못된 선택에 관계되는 모든 것을 완전히 아는 가운데, 용서는 본래부터 있고 사람에게서 빼앗을 수 없는 것이라. 신의 정의(正義)는 아주 영원히 공평하므로 헤아리는 자비를 어김없이 포함하니라.

“지혜로운 사람은 동료들의 마음 속 충동을 이해할 때, 저희를 사랑하리라. 형제를 사랑할 때, 너희는 이미 그를 용서하였느니라. 사람의 성품을 이해하고 사람의 명백한 잘못을 용서하는 능력은 하나님다운 것이라. 너희가 지혜로운 부모이어든, 이 방법으로 너희가 아이들을 사랑하고 이해하며, 일시적인 오해가 너희를 갈라 놓은 듯 보일 때 저희를 용서하기조차 하느니라. 아이는 미숙하고, 아버지-아이 관계의 깊이를 헤아림이 모자라매, 아버지의 충분한 승인을 받지 못하고 죄를 지어 떨어졌다는 느낌을 자주 느끼거니와 참된 아버지는 결코 그러한 거리를 조금도 의식하지 못하느니라. 죄는 피조물이 의식하는 체험이요, 하나님의 의식(意識)의 일부가 아니라.

“동료들을 용서할 수 없거나 기쁘게 용서하지 못하는 것은 너희의 미숙함, 너희가 어른의 동정심과 이해와 사랑에 이르지 못함을 재는 척도이라. 너희의 자식과 동료 존재들의 마음 속 성품과 참된 소망을 알지 못하는 데 정비례하여, 너희는 불만을 품고 앙갚음할 생각을 품느니라. 사랑은, 신성하고 속에 있는 생명의 충동이 풀려나가는 것이라. 사랑은 사심 없는 봉사로 젖을 먹고, 지혜 속에서 완전하게 된 이해심에 기초를 두느니라.”

2. 유대인 통치자들이 던진 질문

월요일 저녁에 산헤드린과 서기관, 바리새인, 사두개인들로부터 뽑은 50명쯤 되는 추가된 지도자들 사이에 회의가 열렸다. 예수가 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으니까, 그를 대중 앞에서 체포하는 것은 위험하리라는 것이 이 모임의 일치된 의견이었다. 그를 붙잡아서 재판에 넘기기 전에, 군중이 보는 앞에서 그의 체면을 깎아내리는 확고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또한 대다수의 의견이었다. 따라서 어려운 질문으로 그를 옭아매는 일에 착수하고, 다른 방법으로 사람들 앞에서 그에게 창피 주기를 추구하려고 이튿날 아침 성전에서 몇 집단의 학식 있는 사람들이 대기하라고 지정되었다. 마침내, 바리새인과 사두개인들, 그리고 헤롯 당원들까지도 유월절 군중이 보는 앞에서 예수의 체면을 깎아내리는 이 노력에 모두 함께 뭉쳤다.

화요일 아침, 예수가 성전 마당에 도착하고 가르치기 시작했을 때, 겨우 몇 마디 말씀하자, 여러 학원으로부터 한 무리의 젊은 학생들이 앞으로 왔고, 이들은 이 목적을 위하여 미리 연습했는데, 그 대변인이 예수에게 말했다: “주여, 우리는 당신이 올바른 선생인 줄 알며, 당신이 진리의 길을 선포하시고, 아무 사람을 두려워 아니하므로 당신이 오직 하나님을 섬기며,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것을 우리가 아나이다. 우리는 학생일 뿐이요, 우리가 고민하는 문제에 관하여 진리를 알고자 하나이다. 우리의 문제는 이것이나이다: 우리가 세금을 케자에게 바치는 것이 옳으니이까? 우리가 세금을 바쳐야 하리이까, 아니면 바치지 말아야 하리이까?” 예수는 그들의 위선(僞善)과 교묘함을 알아차리고 그들에게 말했다: “어찌하여 너희가 이렇게 나를 시험하려고 오느냐? 세금 내는 돈을 내게 보이라. 그리하면 내가 대답하리라.” 그들이 그에게 한 데나리온을 내밀었을 때, 그것을 보고서 물었다. “이 은전(銀錢)에 누구의 모습과 새긴 글이 있느냐?” 그리고 “케자의 것이니이다”하고 그들이 대답하자, 예수는 말했다: “케자의 것은 케자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

그가 이처럼 이 젊은 서기관들과 그 헤롯당의 공모자들에게 대답하고 나서, 그들은 앞에서 물러났고, 사람들, 아니 사두개인들까지 그들의 패배를 고소해하였다. 그를 옭아매려고 애썼던 젊은이들까지 주의 대답이 뜻밖에 슬기로운 것에 크게 감탄하였다.

전날에 통치자들은 교회 권한의 문제로 군중 앞에서 그를 실수하게 만들려 했고, 실패하고 나서 이제 국가 권한에 관하여 해로운 토론에 그를 말려들게 하려 했다. 빌라도와 헤롯은 이 때 예루살렘에 있었고, 그가 감히 케자에게 세금 내는 것에 반대하여 조언한다면, 예수의 적들은 당장에 로마 당국 앞으로 가서 그를 선동죄로 고발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 또 한편, 그가 여러 말로 세금 내라고 조언한다면, 그러한 발언(發言)이 말씀을 듣던 유대인들의 민족 자존심에 크게 상처를 입히고, 이로서 군중의 호의와 사랑을 멀리하리라 그들은 옳게 계산했다.

이 모든 일에 예수의 적들이 패배했는데, 이는 “돈을 찍는 권한에는 세금을 부과하는 권한이 따른다”는 것이 이방 국가들 사이에 흩어진 유대인들을 안내하려고 산헤드린이 내린, 잘 알려진 판결이었기 때문이다. 이 방법으로 예수는 그들의 올가미를 피했다. 그들의 물음에 “아니라”는 대답은 반란을 선동(煽動)하는 것과 같았고, “옳다”고 대답하는 것은 그 시절에 뿌리 깊은 민족주의 감정에 충격을 주었을 것이다. 주는 그 질문을 피하지 않았고, 다만 2중으로 대답하는 지혜를 이용했을 뿐이다. 예수는 결코 회피하지 않았으나, 그를 괴롭히고 죽이려 하는 자들을 언제나 슬기롭게 다루었다.

3. 사두개인과 부활

예수가 가르침을 시작할 수 있기 전에, 또 다른 무리가 그에게 질문하러 앞으로 나왔는데, 이번에는 학식 있고 교활한 사두개인들의 일행이었다. 그들의 대변인이 그에게 다가오면서 말했다: “주여, 결혼한 남자가 아이 없이 죽는다면, 그의 형제가 그 아내를 데려가고 죽은 형제를 위하여 씨를 길러야 한다고 모세가 일렀나이다. 자, 어떤 사람이 여섯 형제가 있었는데 아이가 없이 죽은 일이 생겼나이다. 다음 동생이 그의 아내를 데려갔지만 아이가 없이 또한 곧 죽었나이다. 마찬가지로 둘째 아우가 그 아내를 데려갔으나, 그도 또한 자손을 남기지 않고 죽었나이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모두 여섯 형제가 그 여자를 데려갔다가 모두 여섯이 아이를 남기지 않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계속되었나이다. 그리고 나서, 모두를 따라서, 그 여인도 죽었나이다. 이제, 당신에게 이것을 묻고 싶나이다: 이 일곱 형제 모두가 그 여자를 데려갔으니, 부활하면 그 여인이 뉘 아내가 되리이까?”

이렇게 물을 때 이 사두개인들이 진지하지 않음을 예수가 알았고 사람들도 알았으니, 그런 일이 정말로 일어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고, 게다가 죽은 남자의 형제들이 그를 위하여 자식을 낳아 주려 하는 이 관습은 이 시절에 유대인 사이에 실질적으로 사문(死文)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예수는 그들의 짓궂은 질문에 지체를 낮추어 대답하였다. 그는 말했다: “너희가 성서도, 하나님의 살아 계신 권능도 알지 못하매, 너희가 다 그렇게 묻는 잘못을 저지르는도다. 이 세상의 아들들은 장가들고 시집갈 수 있음을 너희가 알거니와 다가오는 세상에 도달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되는 자들은 올바른 자의 부활을 통해서, 장가도 시집도 가지 아니하느니라.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을 겪는 자들은 하늘의 천사들과 더 비슷하니, 저희는 결코 죽지 아니하며, 이 부활한 자들은 영원히 하나님의 아들이라. 저희는 영생의 진보하는 길로 부활한, 빛의 아이들이라. 너희 조상(祖上) 모세조차도 이것을 알았으니, 떨기나무에서 그가 겪은 체험과 연관하여, 아버지가 ‘나는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이라’ 말씀하심을 들었느니라. 그래서 모세를 따라서 내가 선언하노니, 내 아버지는 죽은 자의 하나님이 아니라, 산 자의 하나님이라. 하나님 안에서 너희 모두가 살고, 자식을 낳고, 너희의 필사 존재를 가지느니라.”

예수가 이 질문에 대답을 마치고 나서 사두개인들은 물러났고, “옳소이다, 옳소이다, 주여, 당신은 믿지 않는 이 사두개인들에게 잘도 대답하셨나이다” 하고 외치기까지 어떤 바리새인들은 까맣게 자기를 잊어 버렸다. 사두개인들은 그에게 아무 질문도 더 하지 않았고, 서민들은 그의 가르침이 지혜로운 데 감탄하였다.

사두개인들과 대결했을 때 예수는 모세만 언급하였는데, 이 종교적 당파는 오직 이른바 모세의 책 다섯 권이 정당하다고 인정했기 때문이고, 선지자들의 가르침은 교리(敎理)의 근거로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그의 대답에서, 주는 필사 인간이 부활의 기법으로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긍정했어도, 어떤 의미에서도 글자 그대로 인간의 몸이 부활한다는 바리새인의 관념을 인정하여 말하지는 않았다. 예수가 강조하고 싶어한 점은 이것이었다: 아버지가 “나는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하나님이라” 말씀했고, 내가 그들의 하나님이었다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박해하는 것은 아주 확실하게 대중의 머리 속에서 더욱 그에 대한 동정심을 일으킬 것을 잘 알았기 때문에, 사두개인들은 예수를 조롱으로 기를 꺾게 만들려고 생각했다.

4. 큰 계명

또 다른 무리의 사두개인들이 천사들에 관하여 덫에 걸리게 만드는 질문을 예수에게 하라고 지시를 받았지만, 부활에 관한 질문으로 그를 옭아매려 했던 동료들의 운명을 보자, 아주 현명하게 잠자코 있기로 작정했고, 묻지 않고 물러났다. 옭아매는 이 여러 질문으로 하루를 전부 채우고, 이로서 사람들 앞에서 예수의 체면을 깎아내리고 동시에 민심을 어지럽히는 가르침을 그가 선포할 겨를이 없도록 효과적으로 막는 것이 연합한 바리새인, 서기관, 사두개인, 헤롯당원들이 미리 작정한 계획이었다.

그리고 나서 바리새인들 무리 가운데 하나가 성가신 질문을 하려고 앞으로 나왔는데, 그 대변인은 예수에게 신호를 주면서 말했다: “주여, 나는 율법사요, 당신의 의견에 무엇이 가장 큰 계명(誡命)인가 당신께 묻고 싶나이다.” 예수가 대답했다: “오직 한 계명이 있나니, 그것이 모든 것 가운데 가장 큰 계명이요, 그 계명은 이러하니라: ‘아 이스라엘아 들으라, 주 우리의 하나님, 주는 한 분이요, 너희는 마음을 다하여, 혼을 다하여, 정신을 다하여,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나님을 사랑할지니라.’ 이것이 첫째요, 큰 계명이라. 그리고 둘째 계명은 이 첫째와 같고, 정말로 거기서 바로 솟아나오니, 이것이라: ‘너희는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할지니라.’ 이것들보다 더 큰 다른 계명이 없느니라. 모든 율법과 선지자가 이 두 계명에 매달리느니라.”

예수가 유대교의 가장 높은 개념에 맞게 대답했을 뿐 아니라, 또한 모인 군중이 보는 앞에서 지혜롭게 대답했음을 알아차렸을 때, 그 율법사는 주의 대답을 드러내 놓고 칭찬하는 것이 훌륭한 용기를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는 말했다: “주여, 진리에 관하여, 하나님이 한 분이요, 그 외에 아무도 없으며, 마음과 이해와 힘을 다하여 그를 사랑하고, 또한 이웃을 제 몸처럼 사랑하는 것이 첫째이며 큰 계명이라고 말씀을 잘 하셨나이다. 그리고 이 큰 계명을 모든 태운 제물과 희생물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하리라 우리는 찬성하나이다.” 그 율법사가 이렇게 신중하게 대답했을 때, 예수는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친구여, 보아하니, 네가 하나님의 나라에서 멀리 않도다.”

이 율법사가 “나라에서 멀리 않도다”하고 언급했을 때 예수는 진실을 말했는데, 바로 그 날 밤에 그는 겟세마네 가까이 주의 캠프로 가서, 하늘나라 복음을 믿는다고 고백하였고, 아브너의 제자들 중 하나인 요시아에게 세례를 받았기 때문이다.

다른 두세 집단의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이 자리에 있었고 질문할 생각이 있었지만 그들은 그 율법사에게 예수가 대답한 것에 마음이 풀어졌든지, 아니면 그를 덫에 걸리게 하려고 시도했던 자들의 패배를 보고서, 단념하였다. 이 뒤에 아무도 대중 앞에서 그에게 감히 또 다른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아무런 질문이 더 나오지 않고, 정오(正午)가 가까웠기 때문에, 예수는 가르침을 다시 시작하지 않고 바리새인들과 그 동료들에게 한 마디 묻는 것으로 만족했다. 예수는 말했다: “너희가 아무 질문을 더 하지 않으니, 너희에게 하나 묻고자 하노라. 너희는 구원자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다시 말해서 그는 누구의 아들이냐?” 잠깐 멈춘 뒤에, 서기관들 가운데 하나가 대답하였다. “메시아는 다윗의 아들이니이다.” 그리고 자기 제자들 사이에서도, 그가 다윗의 아들인가 아닌가에 많은 논쟁이 있은 줄 알았기 때문에, 예수는 이어서 이렇게 물었다: “구원자가 정말로 다윗

의 아들이라면, 너희가 다윗이 지었다고 인정하는 시편(詩篇)에, 어찌하여 다윗 자신이 영으로 ‘주가 내 주에게 이르시되, 내가 너의 적들을 네 발판으로 만들 때까지 내 바른 편에 앉으라’ 말하였느냐. 다윗이 그를 주라고 부른다면, 어찌 그가 다윗의 아들일 수 있느냐?” 통치자와 서기관과 대사제들이 이 물음에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어도, 그들은 마찬가지로 그를 옭아매려는 노력으로 더 질문하기를 삼갔다. 그들은 예수가 그들에게 제시한 물음에 결코 대답하지 않았지만, 주가 돌아가신 뒤에, 그것이 메시아가 아니라 아브라함을 언급하도록 이 시편의 해석을 바꿈으로써 그 곤경을 피하려고 했다. 더러는 다윗이 이른바 이 메시아 시편의 저자라는 것을 부인함으로 그 곤경(困境)을 벗어나려 했다.

얼마 전에 바리새인들은 사두개인들이 주 때문에 말문이 막혔던 그 형편을 고소해하였고, 이제 사두개인들은 바리새인들이 패배한 것을 기뻐하였지만, 그런 경쟁심은 잠시였을 뿐이다. 그들은 예수의 가르침과 일을 그만 두게 하려는 뭉친 노력으로 그들이 오랫동안 간직했던 견해 차이를 재빨리 잊어 버렸다. 그러나 이 모든 체험을 통해서 내내, 서민들은 예수의 말씀을 즐겁게 들었다.

5. 수소문하는 그리스인들

정오 무렵에, 빌립이 그 날 겟세마네 가까이에 세워지고 있는 새 캠프를 위하여 소모품을 사는 동안, 낯선 사람들, 알렉산드리아, 아데네, 로마에서 온 그리스인 신자들의 무리가 그에게 인사를 건넸고, 이들의 대변인은 그 사도에게 말했다: “당신을 아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당신을 지적하였나이다. 그래서 선생이여, 우리는 당신의 주, 예수를 만나려는 요청을 가지고 당신께 오나이다.” 수소문하는 이 탁월한 그리스 이방인들을 이렇게 시장에서 만나서 그는 움찔 놀랐고, 유월절 주간에 대중을 가르치는 어떤 일에도 말려들지 말라고 예수가 열두 사도 모두에게 아주 분명히 부탁했기 때문에, 이 문제를 다루는 바른 방법에 대하여 조금 당황했다. 이 사람들이 외국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는 또한 쩔쩔맸다. 그들이 유대인이나 근처의 익숙한 이방인이었다면, 그렇게 표가 나게 망설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이렇게 했다: 이 그리스인들에게 바로 그 자리에 남아 있으라고 부탁했다. 그가 서둘러 가자, 그들은 그가 예수를 찾으러 갔다고 상상했지만, 실제로 요셉의 집으로 황급히 갔고, 거기서 안드레와 다른 사도들이 점심을 먹고 있음을 알았다. 안드레를 불러 내서 그가 온 목적을 설명했고, 다음에 안드레를 데리고, 그는 기다리던 그리스인들에게 돌아갔다.

빌립이 소모품 구매를 거의 마쳤기 때문에, 그와 안드레는 그리스인들과 함께 요셉의 집으로 돌아갔고, 거기서 예수는 그들을 받아들였다. 이 점심에 모인 사도들과 한 무리의 주요 제자들에게 그가 말씀하는 동안, 그들은 가까이 앉아 있었다. 예수가 말했다:

“내 아버지가 그의 자애심을 사람의 아이들에게 드러내라고 이 세상으로 나를 보내셨거늘 내가 먼저 찾아간 자들은 나를 받아들이기를 거절하였도다. 정말로, 너희 가운데 많은 사람이 내 복음을 혼자 힘으로 믿은 것이 참말이나, 아브라함의 자손과 저희의 지도자들은 나를 물리치려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나를 보내신 이를 물리치느니라. 나는 구원의 복음을 이 민족에게 아낌없이 선포했고, 영적으로 기쁨과 해방과 생명을 더욱 풍부하게 가지는 아들 신분에 대하여 저희에게 일렀느니라. 두려움을 가진 이 사람의 아들들 사이에서 내 아버지는 놀라운 일을 많이 하셨으나, ‘주여, 누가 우리의 가르침을 믿었나이까? 그리고 주가 누구에게 드러나셨나이까?’하고 적었을 때 선지자 이사야는 참으로 이 민족을 언급하였느니라. 참으로 내 민족의 지도자들은 보지 않으려고 일부러 저희 눈을 가렸고, 믿고 구원을 받을까

저어하여 저희 마음을 굳게 다졌느니라. 여태까지 저희가 아버지의 영원한 구원을 받는 자가 될까 하여 나는 저희의 불신을 고치려 하였노라. 모두가 나를 저버리지는 않은 줄 내가 알고, 너희 중에 더러는 정말로 내 메시지를 믿었느니라. 한때 산헤드린의 회원이었거나 나라의 회의에서 높은 자리에 있던 사람이 이 방에 지금 꼭 스물이 있도다. 하지만 너희 가운데 더러도 회당에서 너희를 쫓아낼까 저어하여 아직도 진실을 드러내 놓고 고백하지 못하고 움츠러드느니라. 너희 가운데 더러는 하나님의 영광보다도 사람들의 영광을 사랑하는 유혹을 받는도다. 그러나 아주 오랫동안 내 가까이 있고, 내 옆에서 아주 가까이 살던 자들 가운데 몇 사람이라도 그 안전과 충성을 다칠까 걱정되므로, 내가 용서할 수밖에 없도다.

“내가 보니, 이 연회실에 거의 같은 수의 유대인과 이방인이 모였는데, 내가 아버지께로 가기 전에, 내가 하늘나라의 일을 가르치도록 그러한 집단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너희에게 말하고자 하노라.”

이 그리스인들은 성전에서 예수가 가르칠 때 충실하게 참석하고 있었다. 지난 월요일 저녁에 그들은 니고데모의 집에서 회의를 열었는데, 이것은 날이 새기까지 계속되었고, 그들 가운데 서른 명이 하늘나라에 들어가기로 하였다.

예수가 이 때 그들 앞에 서 있는 동안, 그는 한 섭리 시대가 끝나고 다른 섭리 시대가 비롯됨을 깨달았다. 그리스인들에게 주의를 돌리면서, 주는 말했다:

“이 복음을 믿는 자는, 나 뿐 아니라 나를 보내신 이를 믿느니라. 나를 바라볼 때, 너희는 사람의 아들 뿐 아니라 또한 나를 보내신 이를 보느니라. 나는 세상의 빛이요, 내 가르침을 믿으려 하는 자마다, 이제 더 어둠 속에서 거하지 않으리라. 너희 이방인들이 내 말을 들으면, 너희는 생명의 말씀을 받고, 하나님의 아들이 되는 진리로 즐거운 해방을 당장에 얻으리라. 내 동포 유대인들이 나를 버리고 내 가르침을 물리치기를 택하면, 나는 저희를 판단하지 않으리니, 이는 내가 세상을 심판하러 온 것이 아니라 세상에 구원을 주려고 왔음이라. 그런데도 나를 거부하고 내 가르침 받기를 거절하는 자들은 때가 되면, 내 아버지에게, 그리고 자비의 선물과 구원의 진리를 물리친 것을 심판하라고 그가 임명한 자들에게 심판을 받을지니라. 너희는 모두 기억하라, 내가 스스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사람의 아이들에게 드러내라고 아버지가 명령하신 것을 너희에게 충실하게 선언하였노라. 아버지가 세상에 주라고 지시하신 이 말씀은 신성한 진리, 영구한 자비,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라.

“그러나 유대인과 이방인 모두에게 선언하노니, 사람의 아들이 영화로움을 받을 때가 거의 다가왔도다. 밀 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그것이 혼자 있음을 너희가 잘 알거니와, 그 밀 알이 좋은 땅에서 죽으면 다시 생명으로 솟아나서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제 목숨을 이기심으로 사랑하는 자는 잃을 위험이 있거니와 나와 복음을 위하여 목숨을 기꺼이 버리는 자는 땅에서, 그리고 하늘에서 더욱 풍부한 존재를, 영생(永生)을 누리리라. 내가 아버지께로 돌아간 뒤에도 너희가 참으로 나를 따르고자 하면, 너희는 내 제자가 되고, 동료 필사자들에게 성실한 종이 될지니라.

“내 때가 가까이 오고 있음을 내가 알고, 마음이 답답하니라. 내 민족은 하늘나라를 걷어차기로 뜻이 굳은 줄을 깨달으나, 빛의 길을 찾아 물으며 오늘 여기 온 이방인, 진리를 찾는 이 이방인(異邦人)들을 받아서 내가 기쁘도다. 그런데도, 내 민족을 위하여 내 가슴이 에이는 듯 아프고, 바로 앞에 닥친 것 때문에 내 혼이 괴로우니라. 내가 앞을 보고, 내게 막 쏟아지려 하는 것을 헤아리면서 무엇을 말하랴? 이 끔찍한 때를 벗어나게 해 달라고 아버지께 말하랴? 아니라! 바로 이 목적으

로 내가 세상으로, 아니 이 시간까지도 왔느니라. 오히려 이렇게 말하고 너희가 나와 함께 하기를 기도하리라: 아버지여, 그 이름을 영화롭게 하옵소서,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이다.”

예수가 이렇게 말씀을 마치자, 세례 받기 전 시절에 그에게 깃들던 성격화된 조절자가 그 앞에 나타났고, 그가 눈에 띄게 멈추자, 아버지를 대표하는, 이제는 막강한 이 영이 나사렛 예수에게 말했다: “너의 수여 생애에서 여러 번 나는 내 이름을 영화롭게 하였고, 한 번 더 내가 그 이름을 영화롭게 하리라.”

여기 모인 유대인과 이방인들은 아무 목소리도 못 들었지만, 어떤 초인간 근원으로부터 그에게 메시지가 오는 동안에 주가 말씀을 멈춘 것을 눈치채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각자 옆에 있는 사람에게 말했다. “천사가 그에게 말하였구나.”

그리고 나서 예수는 말씀을 이었다: “이 모두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희를 위하여 일어났느니라. 아버지가 나를 받아들이고 너희를 위하여 내 사명을 받아들일 줄 내가 확실히 알지만, 너희가 격려를 얻고, 바로 앞에 놓인 불 같은 시련을 위하여 준비되는 것이 필요하니라. 너희에게 보장하노니, 세상을 깨우치고 인류를 해방하려는 우리의 뭉친 노력은 궁극에 승리로 보답을 얻으리라. 옛 체제는 재판을 받으러 다가오며, 내가 이 세상의 임금을 동댕이쳤노라. 내가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로 올라간 뒤에, 내가 모든 육체에 퍼부을 영의 빛으로 말미암아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되리라.

“그리고 이제 너희에게 선언하노니, 내가 땅에서, 너희의 생활에서 높이 올려지면, 내가 모든 사람을 내게로, 내 아버지의 친교로 끌어당기리라. 구원자가 언제까지나 땅에서 거하리라고 너희가 믿어 왔으나, 내가 선언하노니, 사람의 아들이 사람들에게 거절당하고 아버지께로 돌아가리라. 잠시만 내가 너희와 함께 있고, 잠시만 살아 있는 빛이 이 어두운 세대 사이에 있으리라. 다가오는 어둠과 혼란이 너희를 따라잡기 전에, 이 빛이 있는 동안 너희가 걸으라. 어둠 속에서 걷는 자는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느니라. 그러나 너희가 빛 속에서 걷기를 택하면, 너희는 모두 정말로 하나님의 해방된 아들이 될지니라. 그리고 이제 너희는 다 나와 함께 오라. 한편 우리는 성전으로 돌아가서, 대사제와 서기관과 바리새인, 사두개인과 헤롯당원, 그리고 이스라엘의 미개한 통치자들에게 작별을 알리리라.”

이렇게 말하고 나서, 예수는 예루살렘의 좁은 거리를 지나 성전으로 돌아가는 길을 인도하였다. 이것이 성전에서 작별 강론이 되리라고 주가 말씀하는 것을 막 들었고, 그들은 말없이 깊이 생각에 잠겨 그를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