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예수가 빌라도에게 돌아오다
경비병들이 예수를 빌라도에게 도로 데리고 왔을 때, 그는 집정관 관저 앞 계단으로 나갔는데, 거기에는 재판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대사제와 산헤드린 의원들을 한데 부르고 이들에게 말했다: “너희는 이 사람이 민족을 타락하게 하고, 세금 내는 것을 금하며, 유대인의 임금이라 주장한다는 죄목으로 그를 내 앞에 데려왔느니라. 내가 그를 심문했는데, 이 죄목들에 대하여 그가 죄 있음을 발견하지 못하였노라. 사실은, 그에게서 아무 잘못을 찾지 못하노라. 그리고 나서 그를 헤롯에게 보냈는데, 헤롯이 우리에게 도로 돌려보냈으니, 사분(四分) 군주가 똑같은 결론을 내렸음이 틀림없도다. 이 사람이 죽어 마땅한 아무 일도 저지르지 않았음이 분명하니라. 너희가 아직도 그가 징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풀어 주기 전에 그를 기꺼이 매질하겠노라.”
예수를 석방하는 데 대하여 유대인들이 항의하는 소리를 막 지르려 할 바로 그 때, 유월절 축제를 기념하여 한 죄수를 놓아 달라고 빌라도에게 요청할 목적으로 허다한 무리가 집정관 관저로 행진하여 다가왔다. 얼마 동안 로마 총독들이, 감옥에 갇힌 어떤 죄수나 사형수를 유월절에 사면(赦免)을 받도록 민중에게 선택하게 하는 것이 관습이었다. 이 군중이 한 죄수를 놓아 달라고 요청하려고 그 앞으로 왔고, 예수가 아주 최근에 군중에게 큰 인기가 있었고, 예수가 이제 그의 재판석 앞에 있는 죄인이니까, 유월절 선의(善意)의 표시로 이 갈릴리 사람을 그들에게 놓아 줄 것을 이 무리에게 제안함으로써 곤경에서 빠져 나올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빌라도에게 떠올랐다.
군중이 건물의 계단으로 닥쳐 올라오자, 빌라도는 그들이 바라바라는 이름을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바라바는 이름난 정치 선동자요, 살인한 강도, 어느 사제의 아들이었고, 최근에 예리고 길에서 강도와 살인 현장(現場)에서 붙잡혔다. 이 사람은 유월절 축제가 끝나자마자 사형되라고 선고를 받았다.
빌라도는 일어나서, 대사제들이 예수를 그에게 데려왔고, 대사제들은 어떤 죄목으로 예수를 사형에 처하기를 구한다는 것, 그는 그 사람이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군중에게 설명했다. 빌라도는 말했다: “그러므로, 내가 누구를 놓아 주기를 너희가 더 좋아하느냐, 이 살인자 바라바냐, 아니면 이 갈릴리 사람 예수이냐?” 빌라도가 이렇게 말하자, 대사제와 산헤드린 의원들은 목이 터져라 외쳤다: “바라바, 바라바!” 대사제들이 예수를 사형당하게 할 생각이 있음을 사람들이 보았을 때, 그들은 그를 죽이라는 아우성에 재빨리 합세했고, 한편 바라바를 놓아 달라고 크게 소리쳤다.
이보다 며칠 앞서 군중은 예수를 경외하는 눈으로 보았지만, 하나님의 아들임을 주장하고 나서, 이제 대사제와 통치자들에게 구류되어 있고 목숨 때문에 빌라도 앞에서 재판받고 있는 사람을 폭도(暴徒)는 우러러보지 않았다. 성전 바깥으로 환전상과 상인들을 몰아낼 때 예수는 민중의 눈에 영웅일 수 있었지만, 적들의 손에서, 목숨 때문에 재판받는, 저항하지 않는 죄수일 때는 그렇지 않았다.
대사제들이 예수의 피를 흘리려고 소리치면서, 악명 높은 살인자를 용서해 달라고 악쓰는 광경을 보고서 빌라도는 화가 치밀었다. 그들이 악의(惡意)가 있음을 보았고, 그들의 편견과 질투를 눈치챘다. 그래서 그들에게 말했다: “이 사람의 가장 나쁜 죄가 상징적으로 자신을 유대인의 임금이라고 부른 것인데, 너희는 어찌하여
이사람보다 살인자 살려 주기를 택할 수 있느냐?” 그러나 이것은 빌라도가 현명하게 한 말이 아니었다. 유대인들은 자부심을 가진 민족이었고, 지금 로마 정치의 지배를 받고 있지만, 권력과 영광을 크게 보이고 이방인의 사슬에서 그들을 구원할 메시아가 오기를 희망하였다. 이상한 교리를 가르치고, 이제 체포되어, 죽어 마땅한 죄로 고발된, 온순한 태도를 가진 이 선생이, “유대인의 임금”이라고 언급된다는 암시를 분개했고, 빌라도는 이것을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그들은 이러한 논평이 그들 민족의 존재에서 성스럽고 영예롭게 여긴 모든 것에 대한 모욕이라 여겼고, 따라서 바라바를 놓아 주고 예수를 죽이라고 한껏 목청이 터져라 힘차게 외쳤다.
예수가 고발당한 죄에 대하여 결백한 것을 빌라도는 알았고, 그가 공정하고 용기 있는 재판관이었다면 예수를 무죄라 선언하고 풀어 놓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성난 이 유대인들을 무시하기가 두려웠고, 자기 임무를 행하기를 망설이는 동안에, 한 사자(使者)가 다가와서 아내 클라우디아가 보낸 봉한 메시지를 그에게 내밀었다.
빌라도는 그 앞에 있는 문제를 더 진행하기 전에, 막 받은 통신문을 읽기를 바란다는 뜻을 앞에 모인 사람들에게 알렸다. 아내가 보낸 이 편지를 뜯자, 빌라도는 읽었다: “저희가 예수라고 부르는 결백하고 공정한 이 사람과 당신이 아무 상관도 하지 말기를 내가 비나이다. 그 사람 때문에 지난 밤 꿈 속에서 많이 고생하였나이다.” 클라우디아로부터 온 이 쪽지는 빌라도를 크게 흥분하게 하고, 그로서 이 문제의 판결을 늦추었을 뿐 아니라, 불행하게도 유대 통치자들이 군중 사이에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바라바를 놓아 주기를 요구하고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기를 아우성치라고 사람들을 재촉할 상당한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마침내,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다시 한 번 힘을 쏟으며, 빌라도는 유대 통치자들과 사면(赦免)을 구하는 군중의 혼합된 무리에게 물었다. “유대인의 임금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내가 어찌하랴?” 그들은 모두 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를 십자가에 못박아라! 십자가에 못박아라!” 혼합된 군중한테서 나온 이 만장 일치의 요구는, 부당하고 두려움에 질린 재판관 빌라도를 깜짝 놀라고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서 한 번 더 빌라도는 말했다: “너희가 어째서 이 사람을 못박으려 하느냐? 무슨 악행을 그가 저질렀느냐? 누가 앞으로 나와서 그를 적대하여 증언하겠느냐?” 그러나 빌라도가 예수를 두둔하여 말하자, 그들은 더욱 외치기만 했다. “그를 십자가에 못박아라! 십자가에 못박아라!”
그러자 빌라도는 유월절 죄수의 사면에 관하여 그들에게 다시 호소하며 말했다: “다시 한 번 너희에게 묻노니, 이 너희 유월절에 이 죄인들 가운데 누구를 너희에게 풀어 주랴?” 다시 군중은 외쳤다, “바라바요!”
그리고 나서 빌라도가 말했다: “내가 살인자 바라바를 풀어 주면, 예수를 어떻게 하랴?” 한 번 더 군중은 한 목소리로 외쳤다. “십자가에 못박아라! 십자가에 못박아라!”
빌라도는 대사제와 산헤드린 의원들이 직접 지도한 이 폭도의 끈질긴 아우성에 더럭 겁이 났다. 그런데도 군중을 달래고 예수를 구하려고 적어도 한 번 더 애쓰려고 마음먹었다.
6. 빌라도의 마지막 호소
이 금요일 아침 일찍, 빌라도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에는 오직 예수의 적들만 끼어 있었다. 그가 밤에 붙잡히고 이른 아침에 재판받는 것을 많은 친구가
모르고 있거나, 아니면 그들이 예수의 가르침을 믿는다고 해서 또한 붙잡혀서 죽어 마땅하다고 판결받을까 두려워서 숨고 있었다. 이제 주를 죽이라고 외치는 군중 속에는 오직 적이라고 맹세한 자들과 줏대 없고 지각이 없는 사람들만 있었다.
빌라도는 그들의 동정심에 마지막으로 한 번 호소하려 했다. 예수의 피를 흘리려고 외치는 이 그릇 인도된 폭도(暴徒)의 외침을 무시하기가 두려워서, 그는 유대 경비병과 로마 군인들에게 예수를 데려다가 채찍질하라고 명령했다. 이것은 그 자체로서 부당하고 불법인 과정이었는데, 로마의 법은 십자가에 못박혀 죽도록 선고받은 자들만 이렇게 채찍을 맞도록 규정했다. 이 시련을 주려고 경비병들은 예수를 관저에 딸린 지붕 없는 안뜰로 데리고 갔다. 그의 적들은 이 채찍질을 보지 않았어도, 빌라도는 구경했고, 그들이 이 고약한 학대를 마치기 전에, 그는 채찍질하는 자들에게 그만두라 지시하고 예수를 자기 앞으로 끌고 오라고 손짓했다. 예수가 채찍질하는 기둥에 묶여 있는 동안, 매질하는 자들이 그를 때리던 매듭진 채찍을 내려놓기 전에, 그들은 다시 그에게 자주빛 겉옷을 입히고, 가시관을 엮어서, 이마 위에 얹었다. 손에 가짜 홀(笏)로서 갈대를 쥐어 주고, 그들은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놀리면서 말했다: “만세, 유대인의 임금이여!” 그들은 그에게 침을 뱉고, 손으로 따귀를 올려붙였다. 그들 가운데 하나는, 예수를 빌라도 앞에 돌려보내기 전에, 손에서 갈대를 빼앗아서 그의 머리를 쳤다.
그리고 나서 빌라도는 피 흘리고 살이 찢긴 이 죄수를 이끌고, 뒤섞인 군중 앞에 그를 내놓고 말했다: “이 사람을 보라! 다시 너희에게 선언하노니, 나는 그에게서 아무 죄를 찾지 못하노라. 그를 채찍질하였으니 그를 풀어 주려 하노라.”
낡은 자주빛의 임금 옷을 걸치고, 인자한 이마를 찌르는 가시관을 쓰고서, 나사렛 예수가 서 있었다. 얼굴은 피로 얼룩지고, 자세는 괴로움과 슬픔으로 구부정했다. 그러나 아무 것도 맹렬한 미운 감정의 희생자요, 종교적 편견의 노예인 자들의 무딘 가슴에는 호소할 수 없었다. 이 광경은 광대한 우주 영역에 두루, 굉장히 몸서리치는 일이었지만, 그 오싹함은 예수를 죽이려고 결의한 자들의 가슴에 닿지 않았다.
주의 곤경을 보고서 처음 받은 충격에서 정신을 차리자, 그들은 더 크게, 더 길게 소리만 질렀다, “십자가에 못박아라, 못박아라, 못박아라!”
그들이 동정심을 가졌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빌라도는 그런 느낌에 호소하는 것이 쓸모 없음을 깨달았다. 그는 앞으로 걸어나가서 말했다: “너희가 이 사람을 죽이겠다고 마음이 굳은 줄 내가 깨달으나 죽어 마땅하도록 그가 무슨 일을 하였느냐? 누가 그의 범죄를 선언하겠느냐?”
그러자 대사제 자신이 앞으로 걸어나와서, 빌라도에게 다가가면서, 성이 나서 선언했다: “우리에게는 신성한 법이 있고, 그 법에 따라서 이 사람은 죽어야 하나니, 그가 하나님의 아들인 체하였음이라.” 이 말을 듣자, 빌라도는 유대인들이 더욱 무서웠을 뿐 아니라, 아내가 준 쪽지, 또 신들이 땅으로 내려온다는 그리스 신화를 회상하면서, 이제 그는 예수가 아마도 신다운 인물일 것이라는 생각에 부들부들 떨었다. 군중에게 조용히 하라고 손짓하고, 그 동안에 그를 더 조사할까 싶어 예수의 팔을 붙들고 다시 그를 건물 안으로 이끌고 갔다. 빌라도는 이제 두려움으로 갈피를 잡지 못했고, 미신 때문에 어리둥절하고, 그 폭도의 완고한 태도에 시달렸다.
7. 빌라도의 마지막 회견
두려운 감정으로 떨면서, 빌라도는 예수의 옆에 앉아서 물었다: “너는 어디에서 왔느냐? 정말로, 너는 누구냐?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저희가 말하는데, 이것이 무슨 소리냐?”
그러나 예수가 전혀 죄 없이 결백하다고 선언하고 나서도 정식으로 사형 선고를 받기 전에 그가 채찍질을 맞게 한 그렇게 부당한 재판관, 사람을 두려워하고 약하고 갈팡질팡하는 재판관이 물었을 때, 예수는 그런 물음에 도저히 대답할 수 없었다. 예수는 빌라도의 얼굴을 똑바로 보았지만, 대꾸하지 않았다. 그러자 빌라도가 말했다: “너는 내게 말하지 않으려 하느냐? 내가 아직도 너를 풀어 놓거나 십자가에 못박게 할 권력이 있음을 깨닫지 못하느냐?” 그러자 예수가 말했다: “하늘로부터 허락받지 않았다면, 네가 나에게 아무 권력을 행사할 수 없느니라.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허락하지 않으면 사람의 아들에게 너는 아무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느니라. 그러나 복음을 모르니, 너는 그다지 죄가 없도다. 나를 저버리고 나를 너에게 넘긴 자들, 저희에게 죄가 더 크니라.”
예수와 마지막으로 가진 이 이야기는 빌라도를 속속들이 놀라게 했다. 도덕적으로 겁쟁이이자 약골인 이 법관은 이제 예수를 미신처럼 두려워하고 유대인 지도자들을 죽는 듯이 두려워하는 2중의 압박 밑에서 허덕였다.
다시 빌라도는 군중 앞에 나타나서 말했다: “나는 이 사람이 오직 종교적 위반자임을 확신하노라. 너희는 그를 데리고 가서 너희 법에 따라서 그를 재판해야 하느니라. 너희가 어째서 그가 너희 전통을 위반했다고 해서 그를 죽이는 데 내가 찬성하리라 기대하느냐?”
빌라도는 예수를 거의 풀어 주려 했는데, 그 때 대사제 가야바가 비겁한 로마인 재판관에게 다가와서, 빌라도의 얼굴에 징벌하듯 손가락을 흔들며 군중 전체가 들을 수 있게 성나서 말을 뱉었다: “이 사람을 풀어 주면, 당신은 케자의 친구가 아니요, 황제가 모든 것을 알도록 내가 처리하겠노라.” 이 공개 위협은 빌라도에게 너무 지나쳤다. 자기 개인의 운명에 대한 두려움이 이제 모든 다른 고려 사항을 무색(無色)하게 만들었고, 겁쟁이 총독은 예수를 재판석 앞으로 끌고 나오라 명령했다. 주가 그들 앞에 거기 서 있는 동안, 그는 예수를 가리키며 놀리는 투로 말했다: “너희 임금을 보라.” 유대인들이 대답했다: “그를 없이하라. 십자가에 못박아라!” 그러자 빌라도가 잔뜩 비꼬고 빈정대는 투로 말했다: “내가 너희 임금을 십자가에 못박으랴?” 유대인들이 대답했다, “옳소, 십자가에 못박아라! 우리에게는 케자 외에 아무 임금이 없소.” 그러자 그가 유대인들을 무시하기를 꺼렸기 때문에, 빌라도는 예수를 구할 아무 희망이 없음을 깨달았다.
8. 빌라도의 비극의 굴복
여기 사람의 아들로서 육신화한 하나님의 아들이 섰다. 고발장 없이 붙잡혔고, 증거 없이 고발되었고, 증인 없이 재판을 받았고, 선고 없이 징벌을 받았으며, 그에게서 아무 잘못을 찾을 수 없다고 고백한 불공정한 재판관에게 사형 선고를 이제 곧 받게 되었다. 예수가 “유대인의 임금”이라 언급함으로 그들의 애국심에 호소하려고 생각했다면, 빌라도는 철저히 실패했다. 유대인들은 그러한 임금을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대사제와 사두개인들이 “우리에게는 케자 외에 아무 임금이 없소”하는 선언은 생각이 모자라는 민중에게도 충격이었지만, 그 폭도가 감히 주의 운동을 지지했다 하더라도 예수를 구하기에는 이제 너무 늦었다.
빌라도는 소동이나 폭동을 두려워했다. 그는 예루살렘에서 유월절 기간에 그런 소란의 위험을 감히 무릅쓰려 하지 않았다. 그는 케자로부터 최근에 질책을 받았고, 또 한 번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가 바라바를 풀어 주라고 명령했을 때 그 폭도는 갈채했다. 그리고 나서 그는 대야와 물 얼마큼을 달라 하고서, 거기서 군중 앞에서 손을 씻으며 말했다: “나는 이 사람의 피에 대하여 결백하노라. 너희는 그를 죽이려고 결심이 굳으나, 나는 그에게서 아무 죄를 찾지 못했노라. 너희가 그것을 유의하라. 군인들이 그를 인도하리라.” 그리고 나서 폭도는 갈채하며 대답했다: “그의 피가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쏟아질지어다.”
제 186 편
십자가에 못박히기 바로 전
예수와 고발자들이 헤롯을 보려고 떠났을 때, 주는 사도 요한을 향하여 말했다: “요한아, 너는 나를 위하여 아무 것도 더 할 수 없느니라. 내 어머니께로 가서, 내가 죽기 전에 나를 보도록 어머니를 모셔 오라.” 요한이 주의 요청을 들었을 때, 비록 주를 적들 사이에 혼자 두고 떠나기 싫었어도, 베다니로 서둘러 갔는데, 거기에는 예수의 가족 전부가 마르다와 마리아의 집에서 모여서 기다리고 있었고, 이들은 예수가 죽은 자들 가운데서 살린 나사로의 자매였다.
아침 나절에 몇 번, 사자들이 마르다와 마리아에게 예수의 재판의 진행에 관하여 소식을 가져왔다. 그러나 예수가 사형되기 전에 어머니를 보려는 요청을 지니고 요한이 도착하기 꼭 몇 분 전까지, 예수의 가족은 베다니에 도착하지 않았다. 예수가 자정에 체포된 뒤로 일어난 모든 것을 요한 세베대가 그들에게 일러 준 뒤에, 어머니 마리아는 당장에 요한을 따라서 맏아들을 보러 갔다. 마리아와 요한이 도시에 도착할 때가 되어, 예수는 그를 십자가에 못박기로 된 로마 군인들을 동반하고 이미 골고다에 다다랐다.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가 요한과 함께 아들에게 가려고 떠났을 때, 누이 룻은 나머지 가족과 함께 뒤에 남으려 하지 않았다. 룻이 어머니를 따라가려고 각오가 굳었기 때문에, 오빠 유다가 룻과 함께 갔다. 주의 나머지 가족은 야고보의 지도 밑에서 베다니에 남아 있었고, 거의 시간마다 다윗 세베대의 사자들이 그들에게 맏형 나사렛 예수를 사형에 처하는 그 끔찍한 일의 경과에 관하여 보고를 보내 왔다.
1. 가룟 유다의 마지막
이 금요일 아침 8시 반쯤에 빌라도 앞에서 예수의 청문회가 끝났고, 주는 그를 십자가에 못박기로 된 로마 군인들의 보호에 맡겨졌다. 로마인들이 예수를 맡자마자, 유대인 경비대의 지휘관은 부하들과 함께 성전 본부로 행진하여 돌아갔다. 대사제와 동료 산헤드린 의원들은 경비대의 뒤를 바짝 따라갔고, 성전에서 깎아 만든 돌로 된 너른 방에, 여느 때 회의하는 장소로 바로 갔다. 여기서 그들은 예수를 어떻게 처리했는가 알려고 기다리는 다른 산헤드린 의원들을 많이 발견했다. 예수의 재판과 사형 선고에 관하여 가야바가 산헤드린에 보고하느라고 바쁜 동안에, 유다는 주를 체포하고 사형 선고를 내리는 데 그가 한 역할에 대하여 보상(報償)을 요구하려고 그들 앞에 나타났다.
이 유대인들은 모두 유다를 몹시 싫어했다. 그들은 더할 나위 없는 경멸의 느낌만 가지고 그 배반자를 바라보았다. 가야바 앞에서 예수를 재판하는 동안 내내, 그리고 빌라도 앞에 나타난 동안 유다는 그의 배반 행위에 관하여 양심이 찔렸다. 그
는 또한 예수를 배반한 자로서 베푼 봉사에 대한 대가로 그가 받기로 된 보상에 관하여 비로소 얼마큼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 유대 당국의 차갑고 쌀쌀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도 비겁한 행위에 대하여 그는 후하게 보상받기를 기대했다. 산헤드린의 전체 회의 앞에 부름 받고, 거기서 자신이 칭송받는 것을 들으며, 한편 그가 나라에 베풀었다고 자처했던 큰 봉사를 가리키는 표시로서 그들이 그에게 적당한 명예를 수여하기를 기대하였다. 그러니까 대사제의 하인(下人)이,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바로 방 바깥으로 그를 불러 냈을 때, 자기 중심인 이 배반자가 크게 놀란 것을 상상해 보라. 그 하인이 말했다: “유다야, 예수를 배반한 것에 대하여 너에게 돈을 주라고 나는 지시를 받았노라. 여기 네 보상을 받아라.” 이렇게 말하면서, 가야바의 하인은 유다에게 은화(銀貨) 서른 닢을 담은 자루를 주었다―당시에 좋고 건강한 노예의 값이었다.
유다는 깜짝 놀랐고, 어리벙벙했다. 방으로 도로 들어가려고 달려갔지만, 문지기가 막았다. 산헤드린에게 상소(上訴)하기를 바랐지만 그들은 그를 들여 놓으려 하지 않았다. 이 유대인 통치자들이 그로 하여금 친구인 주를 배반하게 하고, 다음에 상금으로 그에게 은화 서른 닢을 주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창피와 환멸을 느꼈고, 완전히 마음이 짓밟혔다. 말하자면, 넋을 잃은 듯이, 성전을 떠나서 걸어갔다. 저절로 돈 자루를 깊은 호주머니에 집어넣었고, 바로 그 호주머니에 그는 사도들의 자금을 담은 자루를 아주 오랫동안 가지고 다녔다. 그는 십자가 처형을 구경하러 가고 있던 군중의 뒤를 따라서 도시를 헤매 다녔다.
사람들이 예수를 못박은 채로 가로대를 올리는 것을 먼 거리에서 유다는 보았고, 이것을 보고 나서 성전으로 도로 달려갔다. 문지기를 지나 강제로 들어가서, 아직도 회의 중인 산헤드린 앞에 섰다. 그 배반자는 거의 숨을 쉬지 못했고, 어지간히 어지러웠지만, 그럭저럭 더듬거리며 이런 말을 뱉었다: “내가 죄 없는 피를 배반하였으니 나는 죄를 지었구나. 너희는 나를 모욕하였느니라. 내가 베푼 봉사에 대하여, 보상으로서 내게 돈―노예의 값―을 내밀었느니라. 내가 이렇게 한 것을 나는 뉘우치고, 여기 너희 돈이 있느니라. 나는 이 행위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노라.”
유대인 통치자들이 유다의 말을 듣자, 그에게 코웃음을 쳤다. 그들 중에 유다가 서 있던 곳 가까이 앉아 있던 한 사람은 그에게 방에서 나가라고 손짓하며 말했다: “너의 주는 로마인들에게 이미 사형당했고, 네 죄책감에 대하여 말하자면, 그게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 네가 알아서 처리하여라―그리고 꺼져라!”
산헤드린의 방을 떠나면서, 유다는 돈 자루에서 은화 서른 닢을 꺼내서 성전 마루에 확 동댕이쳤다. 성전을 떠났을 때, 그 배반자는 거의 미쳐 버렸다. 유다는 죄의 참 성질을 깨닫는 체험을 이제 거치고 있었다. 악행의 모든 매력과 매혹과 취한 기분이 사라져 버렸다. 이제 그 행악자는 혼자 서서, 환멸에 빠지고 실망한 그의 혼을 판결하는 선고(宣告)와 얼굴을 마주했다. 죄는 저지를 때 매혹시키고 모험하는 맛이 나지만, 이제 벌거벗고 낭만적이 아닌 사실을 수확하는 것과 얼굴을 마주쳐야 했다.
한때 땅에서 하늘나라의 대사였던 이 사람은, 이제 버림받고 쓸쓸하게 예루살렘의 거리를 지나서 걸었다. 그의 절망(絶望)은 필사적이고 거의 절대적이었다. 계속 도시를 통해서, 담 바깥으로, 힌놈의 골짜기의 끔찍한 외로움 속으로 쏘다녔고, 거기서 가파른 바위로 기어 올라가서, 외투의 허리띠를 쥐고 한쪽 끝을 어느 작은 나무에 매고, 다른 끝을 목 둘레에 묶었고, 절벽 너머로 몸을 내던졌다. 죽기 전에, 불안한 그의 손이 묶었던 매듭이 풀어졌고, 배반자의 몸은 밑에 들쭉날쭉한 바위 위로 떨어지면서 박살이 났다.